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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19 투자를 위해 권고할만한 몇가지 조건들

2020년 2월 3일.
음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구매한 투자 관련 서적을 헤아려보니 총 두 권 뿐이다.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거나 서점에서 서서 읽었는데 당시에는 투자에 대한 지식이 없어 제대로 된 책들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엊그제는 잠시 시간이 나서 그 중 한가지 책을 집어 들었다가 얼마 못 읽고 덮기는 했지만, 처음 투자를 시작하던 때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보통 책을 읽을 때는 책에 줄을 긋거나 귀퉁이를 접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책에 표시를 하지 않는데, 이 책들은 연필로 줄이 그어져 있었다.
과거의 내가 왜 여기에 줄을 그었을까, 이 문장에 줄을 그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마치 과거의 나와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두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앙드레 코스탈리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와 알렉산더 엘더의 ‘나의 트레이딩 룸으로 오라’다.
아마 당시에는 잘 모르니 고전 중에서 추천 도서를 찾았던 걸로 기억한다.
언제나 고전은 옳으니까.

돈에 관한한 나쁜 남자가 되라!



분명 이 책들보다 더 훌륭한 책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저자들이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요즘과는 다른 경험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 저자들이 말하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들에서 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할 몇가지 조건들에 대해서 나름의 기준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투자 초보라면 모를까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워낙 옛날 책들이고, 대부분 투자 기법이나 지식보다는 정신적인 자세나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시시하게 느껴지기 쉬울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훑어보는 수준이라면 괜찮을지도.

정신과 의사의 방으로 가자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의 투자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직장을 다닐 것.
직장을 다니는 것이 투자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멘탈을 위해서다.
생계가 해결되고 매달 월급이 들어오는 일정한 루틴이 확보되면 수입과 지출을 통해 자신의 경제적 활동을 기준으로 금전적인 계획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건 투자를 위한 아주 중요한 바탕이 되는데 내 생계를 분리시키고 투자 계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계가 분리되면 조급해지거나 무리한 결정을 내릴 상황이 적다.
특히 멘탈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가져갈 수 있는 첫번째 조건이 되는 것이다.

둘째, 목돈을 만들 것.
굳이 종류가 다른 부동산이나 선물이 아닌 주식 투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투자 가능 금액에 따라 그 운용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백만원을 운용하는 것과 천만원을 운용하는 것은 비슷해보일지 몰라도 5천만원에서 1억이 되면 단순히 가격이 아니라 거래량과 추세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백만원의 10%는 십만원이지만 1억의 1%는 백만원이 된다.
수익률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주식 투자는 수익률 싸움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립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내 수중에 있는 금액에 따라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 바뀐다.

아, 10% 먹을 자리에 내가 1억을 넣었으면 천만원 버는건데, 지금 투자 금액이 천만원 밖에 없으니 10%로는 백만원 밖에 안된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지!

그러자면 더 높은 리스크를 지게 된다.
하지만 1억 혹은 10억이라면 어떻게 될까?
한번에 거래하기도 쉽지 않고 수익률보다 잃는 금액이 크다보니 리스크를 더 잘 체감하게 된다.
게다가 목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절약을 해야한다.
필요없는 지출을 줄이고 절약하는 생활 방식을 갖게 된다면 좋을 것이다.

셋째, 벼락 부자를 꿈꾸지 말 것.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데, 벼락 부자가 될 것을 기대하거나 목표를 삼지 말아야 한다.
내가 투자로 짧은 시간에 부자가 되겠다는 마인드는 너무나 오만하다.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시장을 구성하는 주체를 모르면서 시장과 싸워서 이기길 바란다면 누가 봐도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주식 투자를 해서 부자가 된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그렇게 단번에 올라가기도 어렵고 그것이 행복을 항상 보장하지는 않는다.
돈을 번다는 사실보다 차라리 앙드레 코스톨라니처럼 나의 판단이 맞았다는 사실에 쾌감을 느끼는 것이 훨씬 안전한 생각이다.

거꾸로 나는 투자를 위해 세상을 이해하고 시장을 보는 시야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방법을 물려줄 정도만 된다면, 충분히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건강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야 말로 돈으로 물려주어야 할 교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