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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69 게임스탑 사태가 주는 교훈 feat. 서학개미운동

2021년 2월 2일

요즘은 미국 주식 시장에서 GME 사건이 여러모로 화제다.
서학 개미 운동이라고도 불리는 이 일은 최근 로빈후드라는 앱에서 매수 버튼이 사라지는 희대의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한국에서도 미국 시장에 진 빚을 이번 기회로 갚자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미국 주식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고, 이미 우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 삼성 바이오로직스 등과 같은 경우를 겪었으며, 박스피에 갇혀 있으면서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주들끼리 공매도에 악용될 수 있는 주식 대여(대차)를 해지하는 방법이 공유된 적이 있다.

 

게임스탑이라는 주식에 대한 알파 숏을 작업한 헤지펀드의 도를 넘은 행태와 로빈후드의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 이런 일들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흥미롭다.

과거 서브 프라임 사태 때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런 행태에 아무런 윤리적 거리낌 없이 그저 한탕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공매도 공격에 아마도 가장 많이 힘들었을 일론 머스크도 다음과 같은 트윗으로 기름을 끼얹었다.

 

 

 

없는 것을 팔수는 없는데, 어째서 주식은 되는 것이지?

 

 

 

사실 아마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었던 미국인들이라면, 아마도 그 주범들이 제대로 그 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않고, 대마불사라는 기치 아래 대부분 아무런 책임 없이 풀려날 수 있었다는 기억에 분노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게임스탑 사태에는 게임스탑이라는 추억의 산업과 더불어 이를 공격하는 헤지펀드들에 대한 감정적인 문제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과거에 잊혔던 분노를 집중시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www.reddit.com/r/wallstreetbets/comments/l7wulr/this_is_for_you_dad/

This is for you, Dad

(first post was removed, not sure why) I remember when the housing collapse sent a torpedo through my family. My father's concrete company...

www.reddit.com

I remember when the housing collapse sent a torpedo through my family.
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우리 가족을 파괴한 걸 기억해.

My father's concrete company collapsed almost overnight. My father lost his home. My uncle lost his home.
아버지의 건실한 회사가 하룻밤만에 망했어. 아버지는 집을 잃었어. 삼촌도 그랬고.

I remember my brother helping my father count pocket change on our kitchen table. That was all the money he had left in the world.
아버지가 식탁에서 잔돈 세시는 걸 형이 도와주던 것도 기억나. 그게 아버지가 가진 마지막 남은 돈이었어.

While this was happening in my home, I saw hedge funders literally drinking champagne as they looked down on the Occupy Wall Street protestors. I will never forget that.
우리 집에서 이런 일이 있을 때, 난 월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월가 점령 시위를 내려다보면서 축배를 들던 걸 봤어. 난 그 일을 절대 잊을 수 없어.

My Father never recovered from that blow. He fell deeper and deeper into alcoholism and exists now as a shell of his former self, waiting for death.
아버지는 타격을 이겨내지 못하셨어. 점점 알코올 중독에 빠지셔서 이젠 껍데기만 남은 채로 죽음만 기다리고 있으셔.

This is all the money I have and I'd rather lose it all than give them what they need to destroy me.
이게 내가 가진 전재산이고, 저놈들에게 날 망칠 실탄을 넘겨주느니 차라리 다 날려버리겠어.

Taking money from me won't hurt me, because i don't value it at all.
내 돈을 뺏어간대도 나한테 상처가 되진 않아. 난 전혀 아깝지 않거든.

I'll burn it all down just to spite them. This is for you, Dad.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전부 불태워버릴 거야. 아버지, 이건 아버지를 위한 거예요.

 

이 글이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음에는 틀림없다.

이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문제이겠지만, 아마 어느 한쪽으로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서버를 내리는 거야 서버가 다운되었다고 둘러댈 수야 있겠지만, 매수 버튼을 없애거나 매수 제한을 거는 것은 너무 호구로 보는 느낌인데, 이게 가능하다고 판단한 논리 안에는 이미 득과 실을 따져보고 어느 정도의 결론이 나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와중에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www.clien.net/service/board/park/15848648

게임스톱 사태는 블랙스완이 될 것인가 : 클리앙

저는 해지펀드나 금융기관과 전혀 관계 없는 일반 직장인이고, 주말 저녁에 커피 한잔들고 멍하니 앉아서 레딧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을 끄적여 봅니다. 지난 일주일 간 게임스탑에 벌어진 일들

www.clien.net

이번 사태로 인해 숏 스퀴즈에 당한 헤지펀드들이 자산을 매각하는 가운데 이 일련의 과정들이 블랙스완이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우리가 아는 나비효과처럼 이런 사건들이 나중에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꽤나 자주 있듯이 말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헤지펀드들의 손해가 얼마일지 아직 추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일로 인해 단순히 헤지로서의 숏이 아니라 알파 숏에 대해 조금은 더 고민해봐야 하는 나름대로의 교훈을 얻었기를 바라본다.

마침 애청하던 올바른 채널에서 다모다란 교수의 인터뷰가 올라왔다.

https://youtu.be/oft7D38PLyg


이 영상에서 다모다란 교수는 테슬라 숏 스퀴즈 상황과 게임스탑의 현 사태를 비교하며 차이점을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미래가 암울한 종목들을 골라 쥐어짜 터트려버리는 그런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