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oughts

#60 오토매틱 시계, 롤렉스, 그리고 서브마리너

2020년 12월 31일

 

어느 분야에나 클래식이라고 부를 수 있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중에 단연코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되지 않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롤렉스가 아닐까.

그만큼 롤렉스라는 이름은 알면 알수록 단순한 시계 브랜드가 아닌 럭셔리 브랜드로서 시계를 귀금속과 같이 사람들에게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면서도 공산품을 만드는 몇 안 되는 회사 중의 하나이다.

이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어디서 풀어야 할지 살짝 고민이 될 정도로 간단하지가 않다.

단순히 시계를 만든 회사? 이미지 메이킹을 잘하는 회사? 금속을 잘 다루는 회사? 자칫 잘못하다가는 너무 좁은 틀에서 이야기가 갇혀버릴까 봐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다.

 

이 회사를 설명하자면 시작은 오토매틱이라고 하는 시계 공학으로부터 시작했고, 일 오차를 줄이는 정밀성과 파워 리저브를 늘려온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갖고 있다는 기술적인 우월함과 더불어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했으며, 단순한 스틸 모델에서조차 부식에 강한 904L의 오이스터 스틸이라고 하는 스테인리스를 사용하거나 금을 가공하는 기능과 형태를 아우르는 연금술, 왕관과 이름에서 시작되는 소유욕을 자극하는 이미지, 성공을 나타내는 척도로서의 마케팅, 경매에서 확인되는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헤리티지까지 소유한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구석이 없는 브랜드다.

롤렉스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보통 이야기하게 되는 설립자 한스 빌스도르프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그의 연대기에 알려져 있지 않은 다른 조력자들을 알아보는 것이야 말로 이 브랜드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오늘은 이 롤렉스라는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entry point 중에서 한 군데만 들려보고자 한다.

 

www.rolexmagazine.com/2016/11/the-complete-history-of-rolex-cellini.html

 

The Complete History of The Rolex Cellini

Note: I am currently working on this story and when it is done I will remove this notice. The Complete History of The Rolex Celli...

www.rolexmagazine.com

이 링크를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Rolex Cellini 라인은 Rene-Paul Jeanneret 롤렉스 이사의 아이디어였습니다.
Rene-Paul Jeanneret은 롤렉스 창립자 인 Hans Wilsdorf와 매우 가까웠으며 롤렉스 역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롤렉스에서의 그의 뛰어난 경력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습니다.
Rene-Paul Jeanneret은 전설적인 롤렉스 탐험가 Jaques-Yves Cousteau와 좋은 친구였으며, 이제는 전설적인 Rolex Submariner를 개발할 수 있도록 Cousteau 선장을 설득했습니다.
Rene-Paul Jeanneret은 1950 년대 중반에 '롤렉스 툴 워치'의 아이디어를 내놓은 롤렉스의 남성입니다.
'Rolex Tool Watches'라인은 'The Rolex Professional Watches'로 불렸으며 모두 다음 순서로 소개되었습니다.

1953 : 롤렉스 익스플로러.
1953 : 롤렉스 Turno-Graph.
1954 : 롤렉스 서브 마리너.
1954 : 롤렉스 밀 가우스.
1955 : 롤렉스 GMT- 마스터.
1956 : 롤렉스 데이 데이트.
1963 : 롤렉스 데이토나
1967 : 롤렉스 SEA-DWELLER.
1971 : 롤렉스 익스플로러 II

Rene-Paul Jeanneret가 롤렉스 마케팅 디렉터로서 해낸 놀라운 업적은 대학을 졸업할 때 누군가가 롤렉스를 받는 것이 관례였고 수십 년 후 은퇴하면 골드 롤렉스 시계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이 여러 개의 롤렉스 시계를 구매하고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 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판타지'시계 인 롤렉스 프로페셔널 시계 시리즈의 개념을 생각해 냈습니다.
즉, 남자가 Jacques Cousteau처럼 되고 싶다면 Rolex Submariner 또는 SEA-DWELLER를 착용합니다.
남자가 범미 조종사처럼 되고 싶다면 GMT-Master를 살 것입니다.
한 남자가 대통령처럼 되고 싶다면 롤렉스 데이 데이트를 살 것입니다.
아래에 보이는 Rolex Submariner 매거진은 1955 년에 시작되었고 아래 버전은 1957 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Rolex Submariner에 대한이 매력적인 매거진은 정말 성공적이었던 롤렉스의 노련한 마케팅 메시지를 잘 보여줍니다.

보통 롤렉스라고 하면, 오토매틱을 개발한 빌스도르프 정도만 알고 있는 반면, 본인이 잠수부이면서 서브마리너를 진화시키고, 첼리니를 비롯한 여러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프로덕트 라인을, 그리고 롤렉스가 가지고 가야 하는 마케팅의 방향을 제시해준 이 인물이야말로 롤렉스를 현재의 롤렉스로 만든 첫 발걸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바로 르네 폴 제너헷이다.

 

www.fratellowatches.com/rolex-submariner-history/

 

Rolex Submariner - Historical Overview Of A Diving Legend

Rolex Submariner - Historical overview of one of the most iconic diving watches. A timeline of the Rolex Submariner from 1955 to 2016.

www.fratellowatches.com

 

이 링크에서도 뛰어난 잠수부였으며 이사회 멤버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준 Rene-Paul Jeanneret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Rolex used the feedback and input of many experts while developing the Submariner. Jeanneret offered many ideas for the outer design of the case, dial and rotating bezel (which at that time still turned in both directions) for underwater reading of the remaining time of the dive."
"롤렉스는 서브마리너를 개발하는 동안 만은 전문가들로부터 피드백과 의견을 받았습니다. Jeanneret은 다이빙의 남은 시간을 수중에서 보기 위한 케이스, 다이얼 및 회전 베젤 등에 대한 외부 디자인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You can hardly speak about revolutions at Rolex. Evolution is a better word. Moreover, Rolex achieved this continuous evolution over decades, also for the Submariner collection."

"롤렉스에 대해서 혁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진화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단어일 겁니다. 게다가 롤렉스는 서브마리너 컬렉션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지속적인 진화를 달성했습니다."

 

정말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롤렉스를 설명할 때 이 브랜드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만든 프로페셔널 라인업을 구축하고 마케팅을 통해 성공의 가치와 동일시하게 만든 이 사람을 지나친다면 롤렉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시계를 차에 빗대서 비교할 때 롤렉스는 포르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운용이 가능하고 공도에서 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성능의 차가 포르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롤렉스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현실적으로 스틸 모델의 경우 구입이 가능하고 실제 툴 워치로 착용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만듦새나 오토매틱 시계로서의 정확성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두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혁명이라는 말보다는 진화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본다.
파괴적인 혁명보다 진화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계속해서 디자인의 변화가 거의 없으면서도 최상위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흔치 않은 일이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편안한 친구 같다.


내게는 결혼을 하면서 받은 서브마리너 논 데이트가 있다.
보통 그렇듯이 예물을 고르면서 여기저기를 다녀봤는데 아내도 확실히 롤렉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 이걸 사면 항상 차고 다닐 수 있겠어? “

당시에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대략 이 시계야말로 예물 시계의 가치를 충분히 보존하면서 매일 차고 다닐 수 있는 시계이고 잘 관리만 한다면 물려줄 수도 있는 시계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굳이 환금성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시계 본연의 기능으로서 일 오차나 내구성 등을 따져보았을 때, 내게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세라믹 베젤은 언제나 새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지금은 언제나 내 왼쪽 손목에 자리하고 있다.
이 114060은 논 데이트이기 때문에 데이트 창이 없다.
어찌 보면 롤렉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볼록렌즈가 없는 아주 반듯한 모델이고 그래서 딱히 용두를 조작할 일이 없다.
그저 열심히 착용하고 다니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 오차가 자세 차에 따라 꽤 유의미한 차이가 있고, 라이프 스타일 상, 조금이라도 적게 움직인 날에는 시간이 느려진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평소보다 많이 움직인 날에는 시간이 빨라지는 쪽으로 오차가 증가한다.
처음에는 오차에 민감했지만 이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이 친구와 손발이 맞는 느낌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다양한 시계를 찰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친구는 나와 함께 할 때만 심장이 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