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일
2020년의 마지막 주에 테슬라 모델 3을 시승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실 테슬라 구매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전기차를 사게 된다면 테슬라를 사고 싶었고 이미 모델 S는 시승을 해봤던 터였다.
그렇지만 가족이 늘어났고 결정적으로는 주차장에 전기차를 위한 공간이 제공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최근의 모델 3을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지금 포트폴리오에 조정이 필요할지를 계속 고민하다가 오토파일럿을 경험해보고 결정하자는 마음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정도 타볼 수 있었다.
먼저 모델 3의 간략한 소감은 다음과 같다.
생각보다 풍절음과 외부 소음이 많이 들어온다.
선루프로 생각보다 햇빛이 잘 차단된다.
열차단이 잘 안된다면 선루프 커버가 없어서 여름에는 더울 수도 있겠다.
내장재가 이 정도라면 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
시트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의 크기는 살짝 작아서 적당했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은 조작하는데 생각보다 편리했다.
칼럼식 기어에 크루즈와 오토파일럿을 다 함께 넣은 것은 적응되면 편할 것 같았다.
트렁크는 꽤나 공간이 깊었다.
고속도로에서 본 도로에 합류할 때 가속을 하는 것은 너무 쉽고 깔끔했다.
액셀을 떼면 걸리는 회생제동은 느긋한 사람이라면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할만해 보였다.
사이드 미러와 룸 미러는 작게 느껴졌지만 의외로 보일만큼은 보였고 실제로 잘 안 보게 된다.
거의 모든 시야 정보를 가운데에 있는 패널을 통해 처리가 가능하다 보니 지금 생각해보면 크게 미러 체크를 안 했던 것 같다.
롱 레인지 버전이었고 70% 충전을 한 상태에서 히터를 틀고 하루 종일 주행하기에는 무리다.
센터 패널은 각도 조정이 되지 않는 듯?
다음은 NOA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 소감
기본적으로 차선 변경은 매우 스무스해서 불안감이 별로 없다.
차선 변경을 할 때 모드에 따라 승인 대기 중이 뜨거나 알아서 들어갈 수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단어나 화면상의 디자인이 매우 훌륭해서 차에 마치 인격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가자 아스라다!, 혹은 지금이야, 키트!)
버스 전용 차선에 대한 프로토콜이 없어 계속해서 추월을 승인해주면 버스 전용 차선으로 가려한다.
주변 차량을 인식해서 차량 종류에 맞는 아이콘을 보여주는 것은 참 놀라웠다.
심지어 졸음 쉼터에서는 이동하는 사람을 정확하게 표시하기도 했다.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에 표시되는 정보들은 불안감을 주는 색상을 최대한 자제해서 쓸데없는 불안감을 주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차선 이동을 시도하다가 가끔 실패하면 일단은 다시 자기 차선으로 돌아올 때 생각보다 과격하다.
몇 번의 시도를 관찰한 결과 일정 퍼센트 이상의 차선 진입 기준치가 정해져 있는 것 같고 그 이상까지 이동하지 않는 듯?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휠을 움직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움직여도 잘 확인이 되지 않아 한번은 오토파일럿이 아예 취소되었다.
확실히 여러 번의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오랜만에 느낀 감정은, 좋은 차를 타면서 느꼈던 느낌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느낌은 마치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앱들을 설치하고 사용해보면서 와 이런 것도 되나? 하는 감탄을 내질렀었던, 아주 오래된 기억에서의 그 느낌이었다.
돌이켜 보면 모델 S를 시승했을 때는 아무래도 테슬라 코리아에서 정해진 코스를 주행하다 보니 이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었다.
물론 그때는 NOA가 없었으니 시승 시간이 길거나 코스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었어도 이런 느낌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장시간 운전은 조금 불편했으나 그렇다고 못 탈 수준은 아니었고, 배터리가 크게 오래가지 않아 어차피 그만큼 장시간 운전이 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라 예상된다.
눈, 비가 많이 올 때도 운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거나, 밤에 운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매우 안정적인 느낌을 주면서 주행을 도와준다.
마치 아이폰에서 스크롤이 유려하게 미끄러지는 것을 보며 처음 느낀 그 느낌처럼 차선을 바꾸거나 추월해가는 방식은 다른 차량보다는 훨씬 부드러웠다고 생각이 된다.
특히 가운데 넓은 센터 패널을 충분히 이용한 차량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방식은 금세 적응이 되었고, 의외로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특이했다.
마치 사용자가 스티어링 휠을 직접 조작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 방향지시등만으로 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을 매우 쉽게 적응하게 해 준달까?
비록 충분하지 않은 하루 동안의 시승이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경험했고, 여러 모드를 다 함께 테스트하지는 못했지만, NOA를 맛보기에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주식으로 체감하게 되는 테슬라의 가치에 대해서도 꽤나 많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만약 내가 가족들을 위해서 차를 사야 한다면 테슬라를 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내가 나를 위한 즐거운 드라이빙 경험을 위해 차를 사야 한다면 역시 테슬라를 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내가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사야 한다면, 한 번쯤 고민해볼 것이다.
만약 내가 집밥이 있거나 회사에 충전시킬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출퇴근 용 전기차를 사야 한다면 한 번쯤 고민해볼 것이다.
만약 내가 자율주행에 관심이 있고, 미래의 자율주행 기술을 느끼고 싶다면, 테슬라를 살 것이다.
만약 내가 얼리어답터로서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테슬라를 살 것이다.
그렇다.
과거에 비싼 돈을 주고 아이폰을 사야 하는 이유와 거의 비슷한 느낌을 준다.
물론 아이폰이 하드웨어적인 감성도 충분히 탁월해서 뛰어난 마감을 통한 소유욕을 불러온 것과는 달리 이 차량의 마감이나 감성은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차량이 가지고 있는 자율주행 성능이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것을 바로 체험해볼 수 있고, 일론 머스크를 향한 팬덤을 키우기에는 제격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21년 1월 1일에 지오핫이 트위터로 머스크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년에 레벨 5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들었습니다 (더 이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에 $ 10k를 걸고 싶습니까? 우리는 당신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빠르지는 않습니다.
굉장히 자신 없어하는 말투다.
당신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그렇게 빠르게 될까요?라는 말인데,
Tesla Full Self-Driving은 올해 일반 운전자보다 훨씬 높은 안전 수준에서 작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규제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습니다.
머스크는 거의 확신하고 있다.
내 생각에도 분명히 일반 운전자보다 훨씬 높은 안전 수준으로 드라이빙이 가능할 것 같다.
사실 센서가 부정확한 결과를 내보낼 때는 운전자도 비슷한 상황이 된다고 보기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충분히 사람과 같은 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 그렇다면 아마도 테슬라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자신들이 설계한 FSD를 위한 하드웨어 플랫폼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고, 아주 큰 사고, 혹은 자연재해급의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로 포트폴리오를 더욱 집중시키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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