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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4세대 카니발 노블레스 가솔린 9인승 2000km 주행기

2020년 12월 24일

 

이번에 출시된 4세대 카니발은 올해 셋째가 태어났기에 내게 매우 중요한 자동차였다.

현재 타고 있는 차량에는 카시트를 어찌 설치해서 타고 다닐 수는 있었지만, 공간이 적다 보니 첫째와 둘째 간의 다툼이 발생하고 아무래도 주행을 할 때 쾌적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해에 출시되는 4세대 카니발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고 할 수 있겠다.

차를 많이 운전하거나 구입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 차를 운전하는 재미로 따지자면 큰 차보다는 아무래도 작은 차가 더 좋겠지만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데리고 움직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제는 미니밴의 존재만이 답이라고 할 수 있었고, 차량 구입에 있어서 다자녀 혜택도 받을 수 있고, 6인 이상이 탑승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 버스 전용 차선의 특권도 존재했기에 별다른 대안 없이 출시일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 4세대 카니발이 내게 필수라면 이제는 어떤 옵션을 선택해야 하는가가 남았다.

옵션이 공개되지 마자 각종 유튜브를 통해 여러 의견들을 들으면서도 기본적으로 몇 가지 결정해놓은 사항들은 있었다.

가솔린, 디젤이 아닌 가솔린을 사자는 것이다.

현재 타고 있는 차량이 디젤이라 꽤나 연비나 유지비 측면에서 매우 훌륭했지만, 아무래도 가족들을 태우고 다니다 보니 여러 가지 면에서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4세대 카니발에는 3500cc 자연흡기가 존재한다.

유지비 측면에서는 아쉽지만 카니발을 타고 연 2만 km 이상 주행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가족들을 데리고 다닐 목적이라면 역시 가솔린이라는 이 선택은 지금에 와서는 정말 옳았다고 본다.

특히 두 가지 캠페인, 엔진오일 누유 건은 생산 일자에 연관이 있었는데, 다행히 그 이후 생산 분을 받았고, 레조네이터 교환 관련 건은 가솔린 모델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트림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되었는데, 시그니처, 노블레스, 프레스티지로 나눠지며 내 판단으로는 시그니처까지 올라갈 이유가 없었다.

그 이유는 최상위 시그니처 트림이 가지는 차이점들이 아직 학교를 다니지 않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이어의 인치 업은 승차감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기아 페이는 쓰지 않을 것이고, 운전석 메모리 시스템이나 220V 인버터 또한 필요한 항목이 아니었다.

인포테인먼트의 경우에도 아이들 때문에 후석 엔터테인먼트를 추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내의 의견이 있었지만, 역시 가성비 측면에서 좋은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보았다.

KRELL 사운드나 듀얼 선루프도 역시 배제했다.

그럼 결국 노블레스에서 컴포트, 모니터링 팩, 드라이브 와이즈, 스타일, UVO 정도로 안전에 관련된 사양이나 편의 사양들은 모두 추가하는 것을 택했다.

 

색상은 전통적인 흰색이냐 판테라 메탈을 할 것이냐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홀연 듯 아스트라 블루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른바 고려청자 에디션.

중고차 가격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색상을 탄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청자가 우리집에 온 첫 날

 

검수 업체에서 진행된 인수 과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당연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인수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하자나 결함 등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외관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과거에 첫 차를 살 때도 뒤쪽 윈도가 잘 내려가지 않는 문제를 번호판을 달면서 찾아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검수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윈도를 내리는 롤러의 고무 패킹의 사출 불량으로 바로 교체해주었는데, 그걸 나중에 알았다면 오며 가며 맡기고 얼마나 시간도 들고 마음도 상했을까.

직접 하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선팅과 블랙박스 작업은 필수이니만큼 검수 업체에 맡기는 편이 편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생활 PPF의 경우에는 서비스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문을 활짝 열고 가족들을 맞아주었다.

 

 

아스트라 블루는 사실 파란색이라고 보기에는 청록색에 가깝다.

쏘렌토에 있는 블루 같은 색감이 더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이쪽도 나쁘지는 않았다.

학을 좀 그려 넣으면 고려청자 느낌이 날 지도?

 

이렇게 9인승 가솔린 카니발이 식구가 된지도 두 달이 되었다.

이제 약 2000km를 주행했는데, 그 느낌은 나쁘지 않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의 힘도 나쁘지 않고 HDA도 불안하긴 하지만 충분히 보조가 되어 장거리 운전 시 피로도가 덜하다.

안전 사양들도 전적으로 믿고 맡기기에는 아직 불안한 감이 있지만, 충분히 참고할만하고, 현재까지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눈이 한참 많이 내릴 때는 전방 카메라 및 레이더의 블록키지가 떴었는데, 나름대로 잘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된다.

광활한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은 좋은 시안성을 제공해주며, HUD가 없다는 점은 이상하긴 하지만 크게 아쉬운 부분은 아니다.

주말에만 주로 이용하다 보니 연비도 크게 나쁘지 않아 종합 연비 10km/l 정도를 기록하는 걸 보면 가솔린을 선택한 것은 잘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연비 운전을 하는 내게 액셀을 발에서 떼면 마치 코스팅 모드처럼 마치 미션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 연비가 많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하이글로시 소재가 조금 많다는 점.

그리고 팰리세이드보다 더 길고 전폭도 넓어 주차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

운전석에서 실내등과 SOS 버튼에 조명이 없어 어두운 밤에는 버튼을 누르기 어렵다는 점.

엠비언트를 충분히 넣을 수 있는 구조적인 디자인에 엉뚱하게 엠비언트가 들어갔다는 점. (그래서 나는 엠비언트 옵션을 뺐고 잘했다고 생각한다.)

차가 길다 보니 생기는 하체의 출렁거림이 불쾌하게 느껴진다는 점.
아 그리고 컴포트 옵션을 넣으면 2열 의자가 180도로 눕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혹시라도 2열을 완전히 눕혀서 차박 등을 하고자 한다면 컴포트 옵션을 빼던지, 아니면 컴포트 옵션을 넣고 약간의 튜닝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약 4천만 원의 가격에 온 가족을 태우고 다니면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4륜 옵션이 없더라도 하이브리드가 안 나와도 카니발은 국내에 확실히 적수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차량 구입을 위해 아껴놨던 이 돈으로 연초에 테슬라 주식을 샀다면 두배가 되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