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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36 세상의 변곡점

2020년 4월 5일

회사에 소란이 있었다.
평소에 꽤 잘나가던 분인데 정말 의외의 사건으로 감사를 받고, 결국 인사위원회를 통해 불명예스러운 해임으로 결정이 되었다.
평소의 언행으로 비추어봐서는 이렇게 허무하게 갈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누구라도 판단력이 흐려지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이 천천히 뜨거워지면 알 수가 없는 법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르듯이 점차 물들게되면 나중에는 원래의 색을 잊게 된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굉장한 스토리텔러이다. 
그는 매우 차분하고 매력적이며 강렬하게 이야기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야기했던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비극적인 이야기나 그라목손에 대한 이야기, 혹은 w에 대한 이야기는 강렬해서 잊기가 어려울 정도다.
특히 w에 대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시골의사 본인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극적이다.
나는 이렇게 우리 주위에서 어떤 변곡점을 잘 캐치해서 인생의 흐름이 크게 바뀐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변곡점 구간에서 반대의 경우로 인해 흐름의 방향이 안좋은 쪽으로 변한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고, 변곡점 구간을 캐치하지 못한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다.

...미분해서 0이 나오면 되는 거죠?

 

그리고 요즘과 같이 유투브나 sns가 활성화되어 있는 지금 이런 정보나 경험들의 공유는 꽤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먹방과 같은 컨텐츠는 고유의 문화로 자리잡고, 돈을 버는 정보들은 너무 많아 이제는 걸러들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개인 컨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갖춰져서 정말 열심히 일해서 포르쉐를 사는 시대가 아니라 포르쉐를 먼저 사고 유투브로 방송을 찍어서 갚으면 되는 시대가 된 듯하다.
게다가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서 앞으로는 대학을 보내는 것보다 오히려 빨리 투자나 컨텐츠 쪽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많은 정보와 함께 컨텐츠를 소비하는 시대 안에서 다시 한번 변화가 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속도로 오게 될까.

나는 지금까지 자산을 지키는 쪽으로 힘써왔다.
그동안은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며 돈을 버는 것이 주무기라면, 그 돈으로 하는 투자는 어디까지나 보조스킬 같은 느낌이었다.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해주신 말씀도 일의 소중함과 그 일에 대한 보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돈을 쫓지 말고, 돈이 나를 쫓게 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었는데, 어렸을 때는 돈을 벌려고 일을 시작하지 말라는 말로 느껴졌지만, 이제와서 보면 오히려 돈이 돈을 벌게하라는 말처럼도 느껴진다.
투자도 보조스킬이 아닌 자산을 형성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스킬이 되었으니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생긴 셈이다.

결혼이라는 이벤트로 인해 차를 구입했다.
자녀의 출산이라는 큰 이벤트를 통해서는 가사일의 대부분이 자동화되었다.

이제 셋째가 태어나고 육아에 들어가는 돈들이 들어갈 시기가 되어간다.
자산을 운용함에 있어 공격적인 모험을 걸어볼만한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부양함에 있어 모자름이 없을만큼 자산이 충분하지는 않다.
조만간 집도 분양을 넣어야 하고, 차도 새로 사야하는데 할 걸 다하면서 과연 얼마나 자산을 늘릴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이런 변곡점이라면 곤란하다.

 

그러나 조금 모자란 것이면 훌륭한 것이다.
내 인생도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행복했다.
그것은 조금 못 먹고 못 사고 못 입었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모자람을 채우려다가 변곡점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통해 그 선이 단절되고 만다면 가장으로서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될 것이다.
미국 주식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혹은 한 두달 늦게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도 괜찮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변하지 않는 접근법은 비록 늦더라도 방향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흐름에 맞추어 우리의 삶을 부단히 그리고 즐겁게 맞추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인생, 인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