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oughts

#52 우리는 어째서 자식을 포기하는가?

2020년 7월 12일
더운 날에 본가에 와서 아파트 그늘 아래에서 뛰놀리니 아이들이 생각보다 쉽게 잠든다.
그렇다.
뛰어 놀면 다 잠들게 되어 있다.

국내 주식 관련된 세금 정책이 요즘 화제다.
세금과 관련된 정책들은 결국 세수에 대한 것으로 귀결이 되고,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로 인한 세수 확대가 필연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확실히 출산율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만난 대학원을 간 내 지인은 대학원에서 연구 논문 주제로 농촌에서 혼혈 아동의 증가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쓴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떤 농촌 지역에서는 이미 혼혈 아동의 출산율이 더 많았다고 한 것 같은데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다.
이렇게 실제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문제를 겪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은 전통적인 사회를 경험했던 세대와 새롭게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의 세대가 서로 대립하고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통한 학습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들의 고민은 결혼을 해야하는가다.
나는 대부분 그냥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반반씩 이야기해주는 편이지만, 사실 결혼을 해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누군가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을 돌아봐야 하는 문제이다.
결혼을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한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결혼은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할 수는 없으니 그 선택은 당연히 결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결혼할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은 사실 회사의 채용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한데 먼저 채용 공고가 나야하고, 면접과 같은 채용 프로세스가 거친 후에 연봉 조건을 제시한 뒤에 근무지와 복지와 같은 여러 조건들이 맞아 떨어지면 계약이 이루어진다.
상황에 따라 원하는 연봉을 제시하기 어렵거나 근무지나 복지가 마음에 안들수도 있고, 채용 프로세스 없이 인턴에서 정규직 채용이 바로 일어날수도 있겠다.
혹은 반대로 그 회사의 미래 가능성이나 단순히 팬덤과 같은 마음으로 무보수로 일해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회사 채용에 견준다는 것이 너무 심한 비약처럼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삶이 생각보다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으니까.
심지어 채용 이후 모기업이나 협력사와의 관계 등은 결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마도 이 결혼이라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낭만이라는 것이 실제 삶 속에서는 밥이 아니라 그저 양념 같은 존재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치열한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 결혼을 했는데, 그 다음은 출산에 대한 고민이 당신을 그냥 놔둘리 없다.

결혼은 그나마 오롯이 자신들의 채용과 관련된 이야기였다면, 이제 출산은 과거의 자신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메이저 업데이트다.
한번 애기 아빠, 애기 엄마 타이틀을 달면 전직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자는 아기를 위해 열달을 고행해야 하고, 몸이 아기를 위해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남자는 겨우 자기 몸 하나 건사하다가 아내를 맞이하여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눈 앞이 캄캄하다.
그러다보니 출산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사양하겠다는 분위기가 생기는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결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생활 환경에 대한 기준도 올라가고, 결혼 시기가 늦어지다보니 아기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아마도 자식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찾다보면 수십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포기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남자는 가장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울테고 여자도 가정을 이끌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보고 자란 부모의 모습은 한없이 희생하고 양보하거나 거친 삶 속에서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그런 모습이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식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출산에도 감내해야할 수 많은 리스크들이 존재하고 축복 속에서 출산할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출산의 기쁨보다 더 큰 고민들이 당신을 괴롭게 할지도 모른다.
건강한 산모와 아기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적은 이들에게 허락된다.
그러나 당신이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새로운 전장에 들어온 당신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당신은 이제 아기를 키울수 있게 되었고, 태초의 존재와 교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온전히 돌봐주어야 하는 생명체와 조우한 것이며 나를 닮은 존재의 신비로움을 목도할 수 있다.
부모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작은 틈을 발견한 것이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새로운 몹과 필드, 추가된 스킬 트리에 적응해야 하고 장비를 새로 맞추어야 한다.
어쩌면 현질을 해야할 수도 있다.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을수도 있다.
더 높은 스테이지를 공략하기 위해 밤낮을 공부해야할 것이다.
더 좋은 아이템을 떠나 게임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모니터와 마우스에 돈을 더 써야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런 투자를 할 수 없어 최대한의 이익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공략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삶의 챕터를 시작하는 것.
그것은 당신을 한단계 성장시킬 것이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자신을 닮은 생명체를 낳아 기르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우주를 경험하는 것이고, 그런 경험을 나는 당신이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은 단순한 조언이나 권고가 아니라 나의 작은 바램이다.
우리가 비록 서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다 다른 직업을 통해 살아가면서도 서로의 삶을 평가할 수 없듯이 출산과 육아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걸리에는 파전, 피자에는 맥주, 짬뽕에는 소주라는 조합을 추천할 수 있듯이,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신들이 자식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들의 삶이 더욱 더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당신의 행복이 더 커지길 바란다.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54 배당 수익과 세금의 방향  (8) 2020.08.23
#53 이미 그려지고 있는 미래  (4) 2020.08.04
#51 나의 아저씨 (2018)  (4) 2020.06.26
#50 미국 시장을 여전히 주목하는 이유  (4) 2020.06.15
#49 만스닥 천슬라  (4) 20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