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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39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

2020년 4월 23일
팀장이 그룹장을 해볼 생각이 있나고 물었다.
어짜피 조직 개편이 있고 차기 혹은 차차기를 염두해두어야 하는데 후보군으로 넣을 생각인 듯 했다.
일단은 타이밍 상 지금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본다.

회사에서 이제는 몇 명 데리고 일하고 있는데, 신입사원부터 경력사원, 전환 배치된 사원까지 함께 일해본 결과 확실히 일을 대하는 자세가 내가 일을 배우던 때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끼고 있다.

내가 일을 배우던 때는 일이란 무엇보다 자아실현의 장으로서 나의 꿈을 이루어주는 무대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요즘 느끼는 분위기는 이미 너무 과도한 경쟁과 먹고살기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 대다수가 이제는 일을 자아실현의 도구로 본다기보다는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 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가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돈을 주는 만큼 일을 하겠다는 수동적인 마인드로 전환되고, 이른바 워라벨로 불리는 관조적인 삶을 지향하는 분위기이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대마다 그 시대의 주도적 사상이라는 것이 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자체는 크게 달라진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내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한 방법은 딱 하나다.

바로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면으로든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
만약에 내가 회사에서 돈을 더 받고 싶다면,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는 방법과 시간당 급여를 올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 기술의 숙련도와 성숙도는 대부분 그 기술을 습득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비례한다.
또한 그 고급 기술을 습득했을 때 그것을 가치로 인정받으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그래서 회사에 입사한 신입 사원들이 돈을 주는 만큼 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것은 꽤나 손해보는 일이다.
일을 배워나가는 그 시점에 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내게 기대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보여줘야 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제, 주 40시간 근무가 이제는 건전한 근무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 시간 안에 남들보다 더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요즘에 과제를 진행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종종 묻고는 한다.
그렇게 열심히 혹은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빨리 진급하고 싶냐고, 혹은 그렇게 일하면 지쳐서 오래 못간다고.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진급이나 직책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스티브 잡스나 짐 켈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 천재 아저씨는 잘 생겼고 몸까지 좋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러 스스로의 역량을 잘 알게 된 지금 그들의 발 끝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내 삶의 지향점은 그들과 닮아가는 것이다.
돈을 벌면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짐 켈러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알겠지만 그는 그저 자기 할일을 할 뿐이다.
그저 회사들이 그를 데려가려고 회사를 인수하거나 스카웃하러 찾아올 뿐.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주도적으로 일을 하게 되고 점점 더 그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혼자가 아니라 팀이 필요해지고 필수적으로 매니지 능력을 키워야 할 때가 온다.
그렇게 스스로의 가치가 점차 올라가다보면 그것을 토대로 내가 받는 연봉을 점쳐볼 수 있겠다.
혹자는 묻는다.
그렇게 일 안해도 비슷하게 받을 수 있잖아요?
내 가치가 회사에서 받은 연봉보다 높게 지속되면 굳이 회사에 있을 필요가 없다.

신입일 때 고과 관련해서 선배와의 대화가 기억이 남는다.
나는 신입일 때 굉장히 혈기 왕성한 아규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논쟁을 즐겨했다.
아마 고과 관련해서 불평 불만들을 늘어놓았을 때 그 선배가 이야기 해준 것 같은데 지금은 누가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용은 기억이 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네가 너에게 주어진 일을 잘 했다면 그건 C다.
그것보다 더 초과 달성했다면 B이고, 너에게 기대되는 일을 뛰어넘는 일을 했다면 그게 A다.
그래야 이 회사가 고과를 주는 할당량이 말이 된다.
그러니 고과가 잘 안나왔다고 투덜대지 말고, 너와 비슷한 동료들과 비교할게 아니라 네가 속한 조직을 상대로 너의 가치를 인정 받는게 중요하다.
(이 당시에는 고과가 A,B,C,D,E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 때는 이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

사실 안그래도 짧은 인생 즐기며 살기에도 부족하긴 하다.
나는 놀기 위해 일한다기 보다 일 자체가 즐거운 편이 좋다고 본다.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꼰대 그 자체가 되었는데, 이제는 그럴 나이가 된 것 같다.
꼰대가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이치이고,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노동소득에 투자가 기본 소양이 된 시대에 너무 고루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회사에서 멤버들이 외인구단처럼 섞여있다보니 팀 빌딩이 생각보다 원하는 수준까지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언제까지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을까.
과연 내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 은퇴할 수 있을까.